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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Raw Like Sushi



미스터빅이 내게 있어 최고의 밴드라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원년멤버로 재결성해 내한공연을 한다는 소식은 어쨌거나 반가운 것이었다. 자그마한 체구에 귀여운 얼굴로만 기억되던 에릭 마틴이 어느새 나이 쉰의 중년이 되었고, 빌리시헌 아저씨는 오십대 중반을 훌쩍 넘어버렸기에 이번 기회를 놓치면 미스터 빅의 무대를 다시 접할 수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결이엄마의 허락도 떨어지고, 인터넷으로 티켓 가격을 조회하며 기대에 설레고 있었으나...
수술날짜를 앞두고서 (그리 대단한 수술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몸상태가 악화되어 주말을 코앞에 두고 몸져 눕는 바람에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고, 아이팟에 담긴 저 앨범들을 들으면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사진 아래쪽의 'Raw Like Sushi II' 는 꽤 오래전 광화문 메카(지금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에 그냥저냥 들렀다가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전편에 해당하는 'Live! Raw Like Sushi'는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온라인 중고음반점을 통해 구입하게 되었는데, 수록곡은 다소 적은 편이지만 퀄리티는 정규 라이브 앨범으로 나오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다. 

1990년 RUSH 의 'Presto' 투어 때의 공연실황(미스터 빅이 오프닝 무대에 섰던 듯)을 담고 있는 'Live! Raw Like Sushi' 에는 여섯 곡이 담겨있고 3일 동안의 공연 내용을 짜깁기하여 싣고 있기는 하지만 발라드 취향의 곡이 배제된 구성이 꽤나 마음에 든다. 믹싱 콘솔에서 바로 DAT에 녹음되었다고 하는 사운드는 조금 거슬리는 잔향감(?) 같은 것이 느껴지는데, 감상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고 마치 음질좋은 부틀렉을 듣는 듯한 기분이다. 'Raw Like Sushi'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음색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2년 뒤 발매된 'Raw Like Sushi II'는 도쿄 NHK 홀에서의 공연 내용을 담고 있는데, 기왕이면 공연 전체 분량을 담아서 내놓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 라이센스 발매된 라이브 앨범에서는 폴의 기타 배킹이 좀 약하게 들리는 데 비해, 수록곡은 적지만 사운드나 연주 면에서는 RLS II 의 압승이라고 할 수 있겠다. 

후기 앨범들을 다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Bump Ahead' 이후 발라드에 치중하면서 방향을 잃고 헤매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폴의 탈퇴와 밴드의 해산에까지 이르게 되는데, 미스터빅 정도의 역량을 가진 밴드의 행보라고 하기에는 솔직이 실망스런 면이 있었다. 최근 재결성을 발표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권을 타겟으로 활동을 재개한 듯 한데,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형님들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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