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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율이를 만나다



2012년 1월 30일, 세상 밖으로 나온 율이를 만나던 날.

결이 때만큼 펑펑 울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눈물이 나오는 것을 겨우 참았던 거 같다.

예정일을 두 달도 넘게 남겨두고서 하혈로 입원... 그 후에도 조산의 기미가 보인다고 해서 처가에서 거의 누워 지내면서 거의 감옥살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했던 아내.
결이도 34주 7일째에 나와버려 무척 고생을 했는데, 이녀석은 기특하게도 예정일을 겨우 하루 앞두고 날짜를 채워서 태어났다.
 
펑퍼짐한 아빠 코를 쏙 빼닮은 결이를 보면서 율이는 아빠 코만은 닮지 않았으면 했는데, 이번에도 영락없는 판박이다.
정말 강력한 유전자인 듯. -,.-

아내와 율이가 산후조리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
두 아이와 부대끼며 지내다 보니 이제 내가 두 아이의 아빠라는 사실을 조금씩 실감하고 있는 거 같다.

다행히 요 며칠 간은 일이 그다지 바쁘지 않아 일찍 퇴근해서 일손을 조금이나마 거들 수 있었는데, 당장 다음주부터 아내가 이 두 아이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율이가 집에 오던 첫 날, 엄마가 율이를 안고 젖을 먹이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충격에 빠져 마구 울던 결이.
쉽지 않았겠지만, 35개월 인생 최대의 시련을 나름대로 잘 극복하고 이젠 동생이라는 존재를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는 거 같다.
동생을 챙기는 것이 아직은 엄마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인 듯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형제 간의 우애도 자라날 것을 믿는다.

경제적으로는 지금보다 더 빠듯하겠지만, 아내와 내가 늙고 병들어 세상을 떠날 무렵이 되면 의지할 수 있는 형, 아우가 있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 작게나마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부디 사진 속 저 모습처럼, 사이좋은 형제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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