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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IRON MAIDEN in Seoul


3월 10일, 그 날이 오면 카메라를 챙겨서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녹음기능이 있는 예전 아이리버 mp3 플레이어라도 들고 가서 나만의 부틀렉을 만들어 볼까, 칼퇴근이 힘들 거 같으면 아예 휴가를 쓸까... 많은 고민을 했었으나

설 연휴 이후부터 계속되는 주말 근무, 야근의 연속에다 최근에는 지방 출장까지, 모든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고
아래층 사무실의 누군가가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과로로 쓰러졌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듣고서 이것이 남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도 녹음장비도 모두 잊은 채 그저 제시간에 퇴근해서 무사히 공연장에 도착할 수 있기만을 바라던 그 날 저녁, 
공식적인 퇴근시간을 십오분 쯤 넘겨 일단 퇴근에는 성공,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고 곧바로 공연장으로 향했고 다행히 일곱시 사십분이 조금 넘어서 체조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바닥이 난 나의 체력을 고려한 최적의 감상위치를 찾아야만 했고, 주변을 살피던 중 콘솔박스와 카메라가 설치된 휀스 왼쪽편에 적당한 자리를 발견... 배관배선 pit 위쪽 뚜껑이 설치된 곳, 마침 높이도 바닥면보다 5cm정도 높아서 키다리 관객들의 뒤통수로부터 나의 관람시야를 확보해줄 수 있을 만한, 거의 완벽에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본 공연 시작 예정시간인 여덟시가 가까워지면서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했지만, 평일 공연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아이언 메이든의 첫 내한공연이라는 타이틀을 무색하게 할 만큼 관객 수는 많지 않아 보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대략 3천명 정도가 왔었다고 하는데, 형님들께도 죄송스럽고 공연기획사를 생각해도 이래저래 안타까운 숫자인 듯.

어찌되었건,
중학교 때 고등학생 형님(한때 누나를 쫓아다니던...)이 선물해 준 Powerslave 앨범을 접한 후부터 지금까지, 20여년 간 내게 최고의 밴드였던 아이언 메이든을 이제 곧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울컥 눈물이 날 뻔했다.

드디어 조명이 꺼지고 새 앨범 'The Final Frontier' 의 첫 곡인 'Satellite 15' 가 흘러나오자 사람들은 광분하기 시작했고...
접속곡 'The Final Frontier'로 이어지면서 브루스 디킨슨이 마치 날아오르듯 무대 위로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공연 시작 !

이번 공연은 카메라나 캠코더 등에 대한 제재를 거의 하지 않아서인지 곳곳에서 공연보다 촬영에 더 치중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다시 오기힘든 현장의 기록을 남기고픈 마음은 알겠으나 촬영보다는 공연을 즐기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냥 돌아오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휴대폰을 꺼내어 조심스레 한 장의 사진을 찍었다.


당연히 실제 무대는 사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멋졌고, 50대를 넘긴 나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형님들은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주셨다.

특히 브루스 형님은 저러다 무릎 인대라도 다치시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풍부한 액션을 보여주시기도 했는데, 전용기 조종까지 하느라고 너무 무리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다. -.-;

이번 공연에서 형님들께서 들려주신 곡들은

1. Satellite 15...The Final Frontier (The Final Frontier, 2010)
2. El Dorado (The Final Frontier, 2010)
3. 2 Minutes to Midnight (Powerslave, 1984)
4. Talisman (The Final Frontier, 2010)
5. Coming Home (The Final Frontier, 2010)
6. Dance Of Death (Dance Of Death, 2003)
7. The Trooper (Piece Of Mind, 1983)
8. The Wicker Man (Brave New World, 2000)
9. Blood Brothers(Brave New World, 2000)
10. Where the Wild Wind Blows (The Final Frontier, 2010)
11. The Evil That Men Do (Seventh Son Of A Seventh Son, 1988)
12. Fear Of the Dark (Fear Of the Dark,1990)
13. Iron Maiden (Iron Maiden, 1980) 
[Encore]
14. The Number Of The Beast (The Number Of The Beast, 1982)
15. Hallowed Be Thy Name (The Number Of The Beast, 1982)
16. Running Free (Iron Maiden, 1980)

라이브로는 처음 접하는 새 앨범의 곡들도 기대 이상이었지만, 아무래도 예전의 명곡들을 연주할 때만큼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던 거 같다.

The Trooper 때의 반응도 대단했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공연의 클라이막스는 역시 Fear Of the Dark 의 떼창!
그동안 라이브 앨범이나 DVD에서만 듣고 보았던 광란의 떼창... 그 현장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꿈만 같다.

브루스 형님은 다시 오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 말이 진심이라고 믿고 싶지만... 관객동원 성적으로 보아서는 아마도 힘들지 않을까 싶다.

공연은 거의 두 시간 동안 이어졌고, 무대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공연이었다.  
앞으로도 한동안은 출퇴근길 내내 아이언 메이든의 곡들만 주구장창 듣게 될 거 같다는...

케빈 셜리가 프로듀스한 후기 아이언 메이든의 스튜디오 앨범들은 지나치게 절제된 듯한 느낌에 다소 뭉툭해진 듯한 사운드가 살짝 불만스러웠는데, 공연장에서는 그런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트리플 기타가 과연 필요한가 싶은 의구심을 조금은 가져 왔었는데, 역시 세 대의 기타가 들려주는 사운드는 라이브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듯.

공연장에서 예전 동호회 때 같은 소모임에서 활동하던 형님과 몇 년만에 재회를 하게 되었는데, 적지않은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결같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역시, 나이나 겉모습보다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지가 중요한 일인 듯.

사족.
공연장에서 로다운30의 기타리스트 윤병주씨를 보았는데, 언뜻 보고는 케리 킹인 줄 알았다는... ㅎㅎ
하마터면 아는척 할 뻔 했으나, 이내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임을 깨닫고 그냥 가던 길 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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