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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두얼굴


워낙에 tv를 잘 보는 편이 아니어서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도 몰랐었는데...
자주 들락거리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되었고, 이번 추석 연휴 때 채널을 돌리다가 real tv라는 채널에서 하는 방송을 (역시 우연히) 보게 되었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단편 다큐인 줄 알았는데 매 회 다른 주제를 가지고 하는 것 같았다.
서너 편 정도를 본 것 같은데 그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긍정적 착각'에 대한 내용이었다.

많은 내용들이 있었지만 몇 가지를 추려 보면...

다양한 연령대의 부부를 대상으로 결혼생활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한 다음 배우자의 얼굴 사진을 원본-원본을 보정해 실제보다 잘나 보이게 편집한 사진-실제보다 못난 얼굴로 편집한 사진, 이렇게 다섯 장을 보여주고 자신의 배우자와 가장 닮은 사진을 고르게 한 결과 결혼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 수록 실제보다 더 잘나 보이는 사진을, 만족도가 보통인 경우 원래의 얼굴과 가까운 사진을 골랐다는 것과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긍정적 착각도에 대한 사전 테스트를 한 뒤 긍정적 착각도가 높은 그룹과 보통인 그룹을 대상으로 2인 1조로 한 발씩을 묶은 후 정해진 시간 안에 종이상자 탑쌓기를 하게 한 것이었는데, 긍정적 착각도가 높은 그룹의 아이들은 서로를 배려하고 도와가며 질서있게 탑을 쌓아가는 반면 다른 그룹의 아이들은 분위기부터가 산만하고, 장난을 치고 두 사람의 다리를 묶은 끈을 풀어버리는 등 과제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제한시간을 약 2분 남긴 상태에서 제작진이 실수를 가장하여 쌓아둔 탑을 무너뜨려 버렸을 때 긍정적 착각도가 보통인 아이들은 탑쌓기를 포기하고 바닥에 누워버리는 반면 긍정적 착각도가 높은 아이들은 '괜찮아, 괜찮아'라며 남은 시간까지 최선을 다해 계속해서 탑을 쌓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테스트가 끝난 후 긍정적 착각도가 높은 팀의 아이들에게 상자가 무너졌을 때 실망하지 않았는지를 묻자 그렇지 않았다며 '다시 쌓으면 되니까...' 라는 대답을 했는데, 가슴 속에서 뭔가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또 엄마와 아이를 한 팀으로 해서 아이의 눈을 가린 뒤 엄마가 들고있는 바구니에 공을 던져넣는 실험도 있었는데, 다섯 팀이 열두 개 이상의 공을 바구니에 넣은 반면 두 팀은 바구니에 넣은 공이 일곱 개 이하였다.
상위 다섯 팀의 엄마들이 아이에게 했던 말은 '옳지, 잘한다. 그래...'
하위 두 팀의 엄마들이 했던 말은 '아니야, 좀더 위로... 거기 말고...'
긍정적인 말을 들으며 자신감을 갖게된 아이들이 더 좋은 결과를 낳은 것이었다.

아이에게 긍정적 착각을 하게 만드는 데에는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단지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내 아이에게 긍정의 힘을 길러줄 수 있는 아빠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잠깐 해보았다.

이 밖에도 흥미로운 많은 실험들이 있었으나 타이핑의 압박으로 생략...
EBS에서 제작한 다큐인데, 찾아보니 아마 dvd로도 발매된 것 같았다. (그러나 가격의 압박이 만만치 않다는...)
이런 류의 프로그램을 접해보면 심리학이라는 것이 상당히 흥미진진한 분야인 것 같지만, 대학 1학년 때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심리학 강의는 정말 정말 어렵고 재미없는 과목이었다. 결과는 가슴아프게도 D학점. -,.-

어쨌거나, 공중파와 케이블을 통틀어 추석연휴 동안 보았던 tv 프로그램 중 가장 재미있었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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